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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소식/영화리뷰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우리에게 남긴 질문

by 영화리뷰작가 2025.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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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이병헌

 

2023년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이후의 인간 군상을 그리며 단순한 생존 그 이상을 말합니다. "누가 살아남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공동체의 붕괴와 도덕의 경계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이 영화는 단순한 재난물이 아닌 철학적 문제를 제기하는 작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던진 핵심 질문들과, 그것이 우리 사회에 남긴 메시지를 분석해보겠습니다.

생존의 조건: 누구와 살아남을 것인가?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거대한 지진 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만이 무너지지 않고 남은 상황을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생존자들은 이 아파트에 모여들고, 아파트 주민들은 외부인을 차단하며 '자기들만의 유토피아'를 만들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인간의 본성과 집단 이기주의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현실에서도 재난 상황이 닥치면 사람들은 먼저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생각합니다. 이는 본능적이지만, 사회적 관계 속에서는 다양한 충돌을 일으킵니다. 영화는 바로 이 지점을 건드리며, "우리는 누구와 함께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극 중 주민 대표인 영탁(이병헌)은 카리스마와 논리를 바탕으로 공동체를 이끌지만, 결국 그가 선택한 방식은 배척과 차별, 통제였습니다.

이는 과연 생존을 위한 올바른 판단이었을까요? 또는 우리가 위기의 순간에 ‘합리화’하며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까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관객들에게 선택의 무게를 생각하게 만들며, 단순한 재난극 이상의 성찰을 이끌어냅니다.

공동체란 무엇인가: 배척인가, 포용인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갈등은 '내부자'와 '외부자'의 구분입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살아남은 외부인들을 점점 위협으로 간주하며, 이들을 내쫓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취합니다. 초반에는 이해할 수 있는 생존 논리처럼 보이지만, 점차 그 과정은 폭력적이고 비이성적인 방향으로 흐릅니다.

이러한 설정은 한국 사회가 보여주는 집단주의의 단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혈연, 학연, 지연 중심의 ‘우리’와 ‘남’을 나누는 경계는 재난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특히 영화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정당화되는지를 날카롭게 묻습니다.

공동체란 무엇일까요? 단지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연대해야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위기의 순간에야말로 포용과 협력의 진짜 의미가 발휘되어야 하는 걸까요? 영화는 이를 명확하게 결론내리지 않고, 오히려 관객에게 판단을 맡기며 현실적인 질문을 남깁니다.

인간의 본성: 유토피아는 가능한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제목은 아이러니를 담고 있습니다. ‘유토피아’는 이상향을 뜻하지만, 영화 속 아파트는 생존을 위한 전쟁터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은 희망과 믿음을 이야기하면서도 동시에 서로를 감시하고, 배척하며, 통제합니다.

결국 영화는 "진정한 유토피아란 가능한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이상적인 사회는 단순히 물리적 환경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협력으로 완성된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합니다. 영화 후반부에 드러나는 아파트 내부의 분열은, 인간 본성의 이기심과 두려움이 드러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더 나은 사회’를 꿈꿉니다. 하지만 그 사회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내면이 성숙해져야 한다는 점을 영화는 지적합니다. 유토피아는 외부의 설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재난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공동체의 정의를 되묻는 강렬한 작품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유토피아는 과연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이름뿐인 이상향에 불과한 것인지. 이 영화는 그 질문을 던지고, 답은 우리 각자에게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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